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처음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 곡의 감상이 어떤지 매우 궁금하다. 아마도 '아름답다'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았을까? 혹은 슬프다 내지 우울하다도 있었을까?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한 마디로 단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의 음악에는 깊이 있는 우울감이 느껴진다. 단순히 처연하게 슬프거나 우울한 것이 아니라 우울함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우울함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그는 어떻게 이러한 음악을 작곡하게 된 것일까? 그의 삶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 알수 있을 것이다. 

그의 음악적 특징은 어린 시절에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에서 기인한다. 라흐마니노프는 1873년 4월 1일, 러시아의 노브고로드의 부유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세르게이 바실리는 군이자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으며, 라흐마니노프가 네 살이 되자 어머니에게 최초로 피아나 레슨을 받았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정식 레슨이 아니라 가벼운 입문에 가까웠기 때문에 친할아버지가 곧 그에게 피아노 교사를 붙여주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의 도박과 여성편력으로 인해 가세가 기울기 시작하고 한 때 화려한 생활을 했던 세르게이의 가족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작은 아파트로 터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열 살이 되던 해에 여자 형제였던 소피아가 디프테리아로 죽고 아버지마저 집을 떠나버린다. 그러는 바람에 세르게이는 외할머니의 돌봄을 받게 되는데.. 독실한 러시아 정교회 신자였던 외할머니가 러시아 정교회 모임에 그를 데려갈 때마다 들었던 예배음악과 교회 종소리가 훗날 그의 작곡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또 다른 여자 형제인 옐레나가 악성 빈혈로 사망하게 되자 세르게이는 또 다시 인생의 비극을 겪게 된다. 겨우 열 몇 살 남짓한 어린 나이에 집안의 몰락, 아버지의 부재, 사랑하는 형제들의 죽음 등을 한꺼번에 겪은 그의 심정이 얼마나 참담했을 지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어른들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웠을 슬픈 일들을 겪으며 보낸 어린 시절은 분명 훗날 아름답지만 슬픈 느낌을 주는 그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