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곱던 단풍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가을 만났지만 어느새 거리에 낙엽을 보니 구노의 <파우스트>가 다가온다. 프랑스의 작곡가 샤를 구노(1818~1893)가 괴테(1749~1832)의 파우스트의 1부만을 소재로 소유적인 삶의 허망함을 너무나 아름답게 남겼다. 구노는 늘 신부의 꿈을 가졌으면서도 세속적인 삶을 살았던 특별한 사람이었다. 주인공 파우스트는 신학 철학 법학 의학 모두에 통달한 박사이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것에 회의를 느끼고, 자신의 젊음을 되찾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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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아서 남는 것은 고독뿐이었을까? 그 후 파우스트는 악마와 결탁하고 오직 젊음을 찾아 마그리트를 만나 사랑을 하고 떠난다. 유혹에 빠진 파우스트가 이해 될 만큼 테너의 입장 아리아 <정결한 집>은 순수함이 제대로 살아 있는 곡이다. 그녀의 창문 앞에서 부르는 이곡은 다시 찾은 사랑의 기쁨을 꼭 이루리라는 노래와 바이올린의 이중주로 된 오블리가토다. (obbligato:독창이나 독주의 선율을 보조하는 연주 형태) 최근 로베르토 알라냐는 알프레도 크라우스나 니콜라이 게다만큼이나 이곡을 잘 불렀는데 특유의 심리적인 섬세함으로 자신의 입지를 완전히 굳힌 성공적인 모습이었다.
영혼까지 저당 잡혔지만 파우스트는 그녀와 사랑을 이룬 후 다시 찾지 않는다. 아마도 그 충격으로 정신이상이 된 마그리트는 자신의 아이까지 죽이는 비참한 신세가 되었을 때야 파우스트가 찾아온다. 그 순간 그녀는 원망보다는 <아, 그분의 목소리>를 감동적으로 부르며 죽는다. 그녀에게 사랑이란 불행의 기억조차도 행복이었다. 천사가 내려와 그녀를 구원하고 동시에 그녀의 희생으로 함께 얻어진 파우스트의 구원이야말로 값진 결과였다. 여성의 희생에 대해 많은 편견도 있지만 사회와 가정의 존재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란 생각이 든다.
파우스트가 괴테였고 또 우리들 자신이었다. 내 마음 속의 악마성은 곧 메피스토였으니 말이다. 괴테는 인간이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회의하며 반성하는 자세야말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소중한 가치이며 또한 파우스트의 가장 핵심 사상이었다. 괴테는 인간이 새로운 것 즉 자신의 이상 추구를 위하여 노력할 때 그 자세를 구원의 대상으로 본 것이다. 비록 파우스트가 악마의 꼬임에 넘어 갔어도 말이다. 세상을 모르는 젊음보다는 세상을 알고 있는 늙음에 스스로 가치를 두며 파우스트를 통해 괴테가 전하려고 한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본다.
-by park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