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1813~1901)의 27개 오페라 중 <오텔로>는 그가 73세에 음악적 변화를 가져온 명 작품이다. 비록 베르디는 라이벌격인 바그너(1813~1883)를 의식하기도 하였지만 바그너 음악을 연구하고 또 그 가치를 인정할 줄 알았던 훌륭한 인물이었다. 결국 그는 바그너의 악극적 요소를 이탈리아 오페라에 접목시켜 새로운 오페라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탈리아 전통위에 현대적인 음악으로 덧씌워 인간심리의 극치에 달하는 원작 세익스피어를 가장 잘 표현한 오페라이다. 베르디의 열정과 새로운 창작의욕이 합창으로 시작하는 것만 봐도 이 오페라가 범상치 않음을 예고한다.
이 작품을 한번 보고는 세익스피어(1564~1616)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놓칠 수 있다. 그래서 따로따로 인물들의 심리를 분석하면 인간의 나약함인 질투심이 발동하면 결말은 죽음뿐이라는 사실이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오텔로의 검은 피부는 열등감으로 이어져 아름다운 아내를 얻은 후에도 불안이 계속되고 결국 아내를 죽이고 자신마저도 죽는다. 그는 스스로 성공했고 사랑했지만 모든 것을 잃고 죽는다. 반대로 이아고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야심을 뒤에서 조정하고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하여 무너뜨리려는 계산된 악마 성을 지닌 인물로 자신이 모함했던 카시오에 의해 죽는다. 이처럼 이아고의 잘못 혹은 문제는 오텔로의 성공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인간이 선하다 하지만 한 편에는 본능적으로 내재한 추악한 악이 있음을 보여 준 이아고가 사실상의 주인공이었다. 이처럼 <오텔로>는 인물들의 비극적 성격이 빚어낸 성격오페라의 전형이었다.
열등의식으로 가득 찬 오텔로에게 순수하고 착한 아내 데스데모나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녀의 미욱함은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이 모자라 남편을 오히려 자극하고 자신의 죽음을 앞당긴 우유부단한 여인이었지만 남편을 그만큼 믿었던 것이다. 이아고의 입장에선 자신의 성공에 걸림돌 격인 오텔로 그래서 카시오를 모함했고 모략에 피해자가 된 데스데모나의 죽음을 보면서 음모란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주는 것이었다. 아내를 끝까지 믿지 못한 오텔로였지만 그 안에 있는 오텔로 방식의 비뚤어진 사랑만큼은 진실이었다. 또한 연출에 따라 무엇을 더 강조하고 싶은지 느껴지니 오페라에 있어 문학이 근본임을 새삼 실감한다. 또 인간에게 상대방을 향한 파멸은 곧 자신의 파멸임을 알게 하며 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 세익스피어의 통찰력에 고개가 숙여진다.
b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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