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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 오페라 중에 원작이 빅톨 위고(1802~1885)인 작품은 <에르나니>와 <리골레토>가 있다. 그 중 <에르나니>는 베르디 초기 작품으로 1844년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최근 우리나라에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 영화로 소개되었고 그 테마가 기득권층에 대한 고발이었듯이 <에르나니>에도 위고의 사상이 전해진다. 당시 유럽은 러시아에는 푸쉬킨이 독일은 괴테나 쉴러가 프랑스에는 위고가 민중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듯이 이탈리아는 베르디가 그 정신적 지주였다.
베르디 초기 작품은 사랑보다는 조국,신념,우정 등을 중시했는데 비록 초기작품인<에르나니>에는 사랑으로 벌어진 심리와 갈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일트로바토레>에 들어 있는 열정만큼이나 <에르나니>에도 일정 형식 아래 매우 힘차고 박력 넘치는 아리아들이 많다. 처음에는 에르나니는 바지역할인 메일 알토였지만 베르디가 테너로 부르게 하였는데 고음이어선지 매우 어렵게 들린다. 실바가 부른 베이스 아리아 <불행한 사나이여!>는 뼛속까지 슬픔이 느껴진다. 도니제티의 블랙코미디이며 철학적인 내용인 <돈 파스콸레>는 자신의 노욕을 알고 사랑을 포기하지만 실바는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귀족이었다.
그리스 비극의 시작이 코러스로 상황을 설명하는 것처럼 오페라가 합창으로 시작하는 것은 그리스 비극에서 유래했다. 음모의 합창은 <나부코>의 노예들의 합창만큼이나 유명하고 극이 전개 될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다. 女官직을 가지고 있는 스페인 귀족인 돈나 엘비라를 놓고 카를로 국왕과 실바 대공이 서로 그녀를 차지하려 하지만 그녀는 몰락한 아라곤의 백작 에르나니를 사랑하는 의리 있는 여인이다. 부와 명예보다는 진정 사랑을 위해 헌신한 그녀야말로 자유로운 사랑을 선택한 여인이었다.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맞았지만 복수를 위한 약속 때문에 목숨을 버린 에르나니는 처절한 영웅이었다.
베르디는 오래 산 덕에 낭만주의 시작과 끝을 보았으며 많은 경험을 통해 스스로 성장한 삶 덕에 그가 남긴 27개의 오페라는 모두 새로웠다. 위고 또한 83세라는 긴 세월을 살면서 작품 세계가 변한 점은 베르디와 같다. 위고는 인류가 소년기,장년기,노년기를 거치듯이 문학도 서정시에서 서사시로 마지막엔 희곡이라 했다. 단순히 음악이나 스토리만 알고 <에르나니>를 보았을 때보다 위고의 사상을 보태 생각하니 감동이 배가 된다. 작은 변화에도 두려워하는 우리들에게 베르디와 위고가 많은 충고를 남긴 작품이었다.
by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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